신록이 짙어가는 5월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이 계절, 우리 지방자치의 현주소는 어디에 와 있을까? 최근 ‘지방시대’라는 화두 아래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를 대신하여 ‘지방정부’라는 명칭이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중앙과 지방이 대등한 파트너로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하지만, 평생을 방송 현장에서 여론을 살피고 지역의 목소리를 담아온 필자의 눈에는 이 화려한 명칭의 전환 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이 보인다.
우리는 지금 ‘지방정부’라는 근사한 포장지가 ‘지방자치’라는 빈약한 알맹이를 덮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되물어야 한다.
‘지방정부’라는 명칭이 주는 착시현상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라는 표현이 주는 수직적·계급적 느낌을 지우고,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공식화하고 있다. 그러나 명칭이 격상되었다고 해서 그 실질적인 권한까지 격상되었을까?
진정한 정부(Government)라면 스스로 법을 만들고(입법권), 스스로 살림을 꾸리며(재정권), 스스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는(조직권)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여전히 지방의 예산은 중앙정부의 교부금 향방에 목을 매고 있고, 주요 정책 결정은 중앙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대행' 수준에 머물러 있다.
권한은 중앙이 꽉 쥐고 있으면서 이름만 ‘정부’라고 불러주는 것, 이것은 지방을 예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질적인 분권 요구를 잠재우려는 정치적 ‘수사(Rhetoric)’이자 ‘꼼수’에 가깝다. 껍데기만 바꾼 명칭의 변화가 지방자치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민들에게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5극 3특’과 메가시티, 누구를 위한 효율인가?
현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체제와 메가시티 전략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광역 단위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이 과정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려해 보아야 할 과제이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광역 단위로 덩어리를 키워 중앙정부가 관리하기 편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과연 자치의 길일까, 아니면 통제의 길일까?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지역 고유의 색깔과 주민의 자기 결정권을 희생시킨다면, 그것은 ‘지방정부의 거대화’일 뿐 ‘지방자치의 심화’는 결코 아니다. 재정 없는 자치는 ‘허울’일 뿐이다. 지방정부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이 재정 분권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여전히 중앙집권적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앙정부가 생색을 내는 각종 복지 사업의 비용을 지방에 떠넘기면서, 정작 지방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돈줄을 쥐고 있는 쪽이 권력을 쥐는 법이다. 재정적 독립 없이 ‘지방정부’라는 이름을 쓰는 것은,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쓰면서 경제적 독립을 선언하는 철부지 자녀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원한다면 명칭의 유희를 멈추고 국세의 지방세 이양과 같은 실질적인 ‘돈의 분권’부터 실행해야 한다.
이제는 '지방정부'를 넘어 '지방자치'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존경하는 “지방자치 가족 여러분, 그리고 지역 주민 여러분, 지방자치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입니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조금 떼어오는 것이 ‘지방정부’의 과제라면, 그 권한을 주민의 삶을 바꾸는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것이 ‘지방자치’의 숙명입니다.”
우리는 명칭의 화려함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다. 정부가 내세우는 ‘지방정부’라는 틀 속에 주민의 참여와 감시, 그리고 자율성이라는 ‘지방자치의 혼’을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KTN 한국방송 역시 언론의 사명을 다해, 이름뿐인 지방정부가 아닌 주민이 주인 되는 진짜 지방자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감시와 비판의 끈을 놓지 않겠다.
5월의 푸르름이 온 대지에 가득하듯, 우리 지역사회 곳곳에 형식적인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자치의 기운이 충만하기를 기대한다. 명칭의 꼼수에 속지 않고, 자치의 본질을 지켜내는 눈 밝은 시민들과 함께 진정한 지방시대의 길을 열어가자.
지방정부라는 ‘이름’에 가려진 지방자치의 ‘민낯’을 지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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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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